"그대여! 사제들의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탈리아 발음부터 귀여운 소도시 '아씨시(Assisi)'에 첫발을 디뎌 기차역에 남다른 문자로 새겨진
'아씨시(Assisi)'의 예쁜 간판을 보면, 경건한 이 도시가 이렇게 인사하는 것만 같다.
평화의 사도, 성 프란체스코가 태어나고 잠든 이곳에서 낯선 여행 중의 긴장감, 피곤함, 복잡함을
덜어내고 잠시 쉬고 가라고.
사람마다 취향과 만족감에 차이가 있겠지만, 내게 이탈리아 여행이 끝난 후 이런 작은 마을이나 소도시들이
더 기억에 확실하게 남는 것은 어쩜 여행에도 '한계효용의 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계 효용(체감)의 법칙 -많으면 많을 수록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단위 재화를 소비할때 만족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 즉, 만족감은 정비례하여 늘어나지 않고 기울기가 줄어든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사과 1개를 먹는 것이 사과 10개를 먹고 나서 사과 1개를 추가로 먹을 때보다 같은 사과이지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경제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 되는 법칙이다. |
로마와 피렌체 같은 큰 도시에서는 너무나도 볼거리가 많아, 사실 어떤 것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순서를 정하기도 막막할 정도이다. 사람의 체감에는 일정한 용량이 있는 것 같다.
기억의 회로에서도 그 법칙이 작용해서 인지 아씨시와 같은 소도시에서 얻는 몸과 마음의 안정감 때문인지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아 기대치가 그리 크지 않은 곳이어서 인지 몰라도
이러한 소도시에서 얻는 만족감은 '배가 고픈 상태에서 먹는 사과 1개'와 같았다.
마침, 아씨시의 물리적 거리도 로마에서 기차로 2시간, 피렌체에서도 기차로 2시간 정도이니,
이탈리아 도시 여행에서 잠시', 쉼표'를 찍고 가기 좋은 곳이다.
[평화로운 도시 아씨시]
아씨시 골목을 걸어 다닐 때 하얀 돌담, 조용하고 낮은 담벼락, 누군가가 정성껏 기르고 있는 담벼락의 화분,
아기자기한 천사, 수도원을 모티브로 한 장식품 등을 보며 이런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다면,
정말 욕심 없이 성인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다.
편견인지 모르겠지만, 긴 곱슬머리 맑은 눈동자를 가진 작은 아씨들이 끊임없이 재잘거리며 과일바구니를
들고 사뿐히 거리를 걷고, 때론 장난꾸러기처럼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에서부터 달려 내려올 것만 같은
그림이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지는 아씨시는 그런 도시이다.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
아씨시를 방문한다면 한 번쯤 성 프란치스코 성인에 대해 조사하게 된다.
이분의 유골이 보관된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에는 언제나 순례자들의 경건한 발길이 이어진다.
★성 프란치스코 -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13세기의 이탈리아 기독교 수도자로 프란치스코 수도회를 창설한 인물이다. 정확히는 수도원장쯤 되겠지만, 스스로 그러한 명칭을 바라지 않았으며, 사제가 아닌 부제 신분이었다. 기독교에서 일반적으로 그의 신앙과 영성에 대한 존경심은 교파의 구분을 떠나 있으며, 이탈리아의 수호 성인이다. 한때 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방탕한 생활을 보내기도 했던 그는 27세에 기독교에 헌신해 항상 헐벚고 가난한 자를 위해 산 성인으로 권위주의적이고 권력지향적이었던 중세기 교황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성 프란치스코와 비교당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현재의 교황도 바로 이러한 유래로 '프란치스코' 이름을 사용한다. |
또한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기행 1'편에서도 로마를 소개하며, 잠시 근교 도시인 아씨시가 언급되는데,
이곳에는 한국 가톨릭 신부님이나 수녀님도 배움을 위해 머무는 곳인가 보다.
로마의 화려하고 웅장한 성당의 외관이나 내부 장식, 햇빛에 비치면 더욱 찬란한 스테인글라스는
하나님의 사랑과 믿음, 권위를 나타내기 위함인지 자신들의 권력과 힘을 과시하기 위함인지 모를 위화감이 있다.
그래서 순례자들은 이곳 조용한 아씨시에서 머물거나 성 프란체스코의 생애를 돌아보며,
진정한 나와 하나님의 관계와 생의 의미를 되새겨 볼지도 모른다.
아씨시는 단순한 여행자의 마음도 순례자만큼 순수하지 못할지라도 잠시나마
경건한 마음과 생각을 하도록 하는 평화로운 곳이다.
아씨시 소도시를 방문함에 있어서 지도 따위는 별 필요가 없다.
그저 발걸음이 닿는 곳으로만 가는 어디던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다.
그저 잠시 '쉼의 발걸음'을 옮기고 싶은 대로 옮길 수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는 큰 도시와 도시 사이를 여행할 때, 교통이 좋은 큰 도시를 거점으로 하여 작은 소도시들을
사이사이 쉼표와 같이 함께 들른다면,
인간의 '한계 효용의 법칙'을 조금 거슬러 여행의 만족감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nd-
▶이탈이아 소도시, 근교 여행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근교' 여행지들은 아래 링크로)
'해외여행 이야기 > 다른 유럽과 동남아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럽] 더블린의 문은 왜 알록달록 할까? (feat. 성공의 문) (16) | 2020.09.06 |
---|---|
[유럽] 이탈리아 피렌체_'프라다 스페이스' 득템하기! (28) | 2020.08.31 |
[유럽여행]오스트리아 판도르프 아울렛_할인 쿠폰, 합리적 Flex? (6) | 2020.06.27 |
[유럽여행]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3)_우리가 원하는 낭만이 있는 곳 (11) | 2020.06.23 |
[유럽여행]슬로베니아 포스토니아 동굴_인디아나존스처럼. (2) | 2020.06.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