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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보낸 시간 여행/유럽대륙 돌아다니기

[스페인/바르셀로나] 피카소 박물관 근처 우범지역 소매치기를 만나다

by 앨리05 2021.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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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바르셀로나] 피카소 박물관 근처 우범지역 소매치기를 만나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거리에 있던 우리들은 소매치기 일당에게는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에게 딱 좋은 어린양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행사와 파티, 선물을 하거나 이런 때는 없는 약속도 만들어 즐기고 소비가 늘어 돈이 필요한 12월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시즌이었고,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 근처는 미술관을 제외하고는 오래된 구시가지 느낌에 알고보니 바르셀로나에서도 조심해야할 고딕지구의 우범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박물관은 저녁 7시까지 연 다지만 유럽의 겨울은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오후 3시쯤부터 어둑어둑해지며 5시를 넘기면 깜깜한 밤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마침 그 어두운 시각 우리는 피카소 미술관 그 밤거리에서 지도를 펼치고 다음 여행지를 찾겠다며 머뭇머뭇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 거리가 익숙지 않은 어리바리한 여행자요~'라고 스스로 보란 듯이 광고를 하면서 말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스페인 구엘 공원 입구 모습

 

그랬다. 그 시절 우리에게 스페인 바르셀로나 엄밀히 말해 여행을 목적으로 방문한 첫 여행지였다. 스페인과 관련된 여러 여행 사진, 맛집 사진을 검색하며 설레어 있었고, 막상 오전에 방문한 가우디 성당으로 불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구엘 공원>사진으로 보며 상상하던 모습 그 이상으로 아름다웠고, 그렇게 멋진 여행을 시작한 우리는 들떠 있었다.

 

처음 떠난 여행에서 늘 그렇듯 여행지에서의 하루하루의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지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하나라도 더 보고 떠나야겠다며, 안 그러던 사람도 이때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부지런해진다. 빡빡하게 짠 일정에도 아랑곳 않고 우리는 저녁 시간도 여행을 즐겨야 한다며 느지막이 '피카소 미술관' 근처로 향했다. (사실 오후 시간이었지만 겨울의 유럽이라 거의 한국의 저녁과 같이 느껴졌다.)

 


 

<피카소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은 피카소의 오래된 친구인 하이메 샤바르테스의 기증품으로 시작됐다고 하며, 피카소가 미술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바르셀로나에 거주하는 동안 13~19세까지 그렸던 초기 작품과 스케치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다. 

오후에는 우아하게 미술관도 관람하고, 여행에 대한 만족도는 더 높아져 갔다. 피카소 박물관을 나와 다음 목적지를 찾기 위해 지도와 여행 책자를 보기까진 말이다. 어두운 거리에 길을 찾기 위해 잠시 불빛이 필요해 우리는 잠깐 가는 길을 멈춰 떨어져 섰다. 

 

그리고 두툼한 잠바 데기를 걸치고 검은색 스포츠 가방을 안에 둘러 누가 봐도 가난한 여행자 같아 보이는 나와 달리, 내 친구는 코트 위에 예쁜 가방을 옆으로 메고 있었다. 사실 그 가방 자체가 그렇게 고가의 제품은 아니었다. 이 번 여행을 준비하며 함께 쇼핑을 하며 샀던 것이라 기억한다. 다만 그 밤에는 누가 보아도 저 쪽이 좀 더 있어 보였을 것이다. 

 

한 참 여행지를 검색하고 있는데 갑자기 '악~!!' 하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친구의 비명 소리였다.

놀라서 쳐다보니 몸에 크로스로 맨 가방을 뺏기지 않으려고 붙잡다가 가방을 당기는 소매치기 남자의 힘에 넘어져서 뒤로 조금씩 끌려가고 있었다.

 

나는 "가방에서 손을 떼!!"라고 크게 소리쳤다. 용감하게 나서서 소매치기를 후려 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딱 봐도 가방만 뺏기는 게 크게 다치는 것보다 나은 상황 같았다. 그 소릴 들었는지 아니면 친구의 힘이 빠져서인지, 그 순간 소매치기는 가방만 가지고 달아났다.

 

그때까지 주변에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 몇몇이 있었지만 다들 손 놓고 구경만 할 뿐 누구 하나 나서서 도와주는 이는 없었다. 가끔 TV 뉴스에서 이런 범죄 현장에 적극 개입한 용감한 시민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감탄하게 되는 것은 이때부터이다.  

 

 

#아직 공사중이었던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다행히 친구는 많이 다치지 않았다. 여권도 머물던 숙소에 두고와 다행이었다. 잃은 것은 디지털카메라와 여행 돈 몇 푼 정도였는데, 그 날 하루 스케줄에 따라 필요한 돈만 따로 작은 지갑에 빼서 넣고 다니길 잘한 것 같다. 안정이 된 뒤 그 친구도 말하길 그 소매치기 녀석...하필 어렵게 뺏은 가방에 돈 될만한 것이 얼마 없어 후회하고 있겠다 싶다고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 공들여 직접 찍은 다시 못 볼 '사진들'이 너무 아깝다고 했다. (와~한국인의 사진 사랑이란;;)

 

다음날 아침, 우리는 숙소에서 가까운 경찰서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도, 스페인 경찰관도 짧은 영어로 당시 상황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경찰서에서는 이런 일이 많은지 영어로 된 종이를 줬는데, 소매치기가 발생 한 곳, 시간, 잃어버린 물건 등등을 적은 종이였다. 물론, 그때는 신고는 해야겠다 싶어 경찰서로 갔지만 아무런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좀 도움이 된 것은 '여행자 보험'이었다. 이후에 여행자 보험 덕에 몇 푼이라도 챙겨 받았고 그때 이 서류들이 증빙 자료로 좀 도움이 됐다고 했었다. (요즘은 앱으로 여행자 보험 들기도 쉬우니 어딜 가든 잊지 말고 꼭 들 챙기시길!) 

 


피카소 미술관에서의 사진이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때 대부분의 사진을 조금이라도 화질이 좋은 친구의 디카로 찍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진을 찍기 좋아했던 친구라 사진 양이 많기도 했다. 그다음 여행 도시는 '그라나다' 였기에 그래도 그라나다에 가기 전의 일이라 다음 도시의 사진은 내 카메라로 남길 수 있어 다행이라며,,, 다시 긍정적인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그때를 생각하니 여행 지도, 여행 책자, 디지털카메라, 지금 여행을 떠난 다면 굳이 챙기지 않을 추억의 것들이 많이 언급된다. 아직은 지도를 펼쳐 여행지를 찾던 낭만이 있던 시절에 겪은 이야기였다. 혹시라도 피카소 미술관 근처를 가시고자 한다면 낮 시간을 활용하시고, 주위에서 머뭇거리거나 하는 일 없이 빨리 그 골목을 탈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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